정치 외교/통일

'김정은 유고설'에 진화나선 韓美..모호성은 가중돼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9 15:03

수정 2020.04.29 15:03

18일 동안 공식 활동 없이 침묵하는 北 김정은
한미 정부 당국, 유고 가능성에 '부정' 뉘앙스
"특이동향은 없다"는 정부 방침 지속되고 있어
반면 입법조사처, 김여정 후계자 역할 부여 전망
트럼프 대통령 발언, 전날에 비해 모호성 키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2월 11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당시 김 제1부부장은 오빠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가지고 방남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2월 11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당시 김 제1부부장은 오빠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가지고 방남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한·미 정부 당국은 대체로 "그의 신변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확인해줄 수는 없지만 김 위원장의 유고를 부정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29일 현재 김 위원장은 벌써 18일 연속 공식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김 위원장은 올해만 해도 21일 연속, 19일 연속 미식별된 바 있다.
하지만 그 당시는 건강 이상설이 불거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때와 지금의 상황을 동일하게 보긴 어렵다.

전날인 28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김 위원장의 유고 여부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다소 강한 어조로 "북한 내에 특이동향은 없다"는 정부의 입장을 거듭 밝혔고 특별한 부연 없이 "국민들은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발언은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23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특이동향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정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27일 4·27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과의 약속을 언급, 남북관계 개선을 시사했는데, 유고설, 와병설이 나오는 있는 가운데 나온 언급이라 정부 차원에서 김 위원장의 건재함을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날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해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다"고 말해 그가 곧 나타나 공식 활동을 재개할 것이란 관측에 설득력을 더했다.

또 북한의 최고존엄이자 의사결정권자인 김 위원장의 신변에 정말 큰 위기가 닥쳤다면 동아시아 정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관심도 많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지금처럼 '일단 두고 보자'는 식의 절제된 행동은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정은 유고설'은 김 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드러내지 않는 한 해소되기 어렵다. 다만 한·미 정부 당국은 이처럼 김 위원장의 자세한 건강 상황은 알 수 없으나 향후 그의 통치 행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편 이날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날 '북한 당 정치국 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재임명된 것과 관련 그에게 공식 후계자 지위를 부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김 제1부부장이 올해 초부터 김 위원장을 대신해 한국과 미국에 대한 대외메시지를 발표하는 등 활동을 했는데 이를 "사실상 당의 유일지도체제를 책임진 '당중앙'의 역할이었다"고 평가하며 그가 김 위원장 신변 이상설 속에서 더욱 주목받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입법조사처는 "김 제1부부장이 여전히 정치국 후보위원이기 때문에 곧바로 후계자 지위와 역할을 부여받기에는 한계가 있고 따라서 김 위원장이 복귀한 후 한 차례 공식적 절차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법조사처의 분석은 김 위원장의 유고를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김 제1부부장이 후계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즉 김 위원장이 생존해 있더라도 이전처럼 정상적 통치 행위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 셈이다.

또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에 대해 "나는 그것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세 번이나 반복하면서 "나는 그저 그가 잘 있기를 바란다"고 발언했다.
"김 위원장이 어떻게 지낸다는 것을 안다"며 그의 신변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느낌을 강하게 풍겼던 전날 발언에 비하면 모호성을 키운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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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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